이어지는 총 4개의 여행 포스팅은 어마어마한 스크롤 길이를 자랑합니다.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첨부파일 숫자를 자제하지 않았으며 사진축소는 블로그 화면크기에 최대한 맞췄습니다. 98% 순도의 자랑성(2%는 정보공유) 포스팅이므로 다소 염장질이더라도 함께 즐겨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풉.
일찌감치 출발해 11시 비행기에 오른다. 악명 높은 한성항공.. 것도 어정쩡한 시간에 발권을 해서 인지 프로펠러 근처 좌석에서 엄청난 소음을 견디며 섬에 도착하길 기다린다.
비행기 안에서 밖을 찍는 짓은 촌스러운 짓이라고 생각했으나 그래도 명색이 첫 비행이므로 날개를 피해 찍어 본다. 축복받은 날씨다. 남은 날들도 오늘 날씨만 같거라.
제주도착.
미리 예약해놓은 스쿠터 대여점을 찾아 잔금을 치르고 계약서를 받고 주의사항을 듣고 사장님과 동선에 대해 상담한 뒤 간단하게 시운전을 마치고 출발한다.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채우고 차 많은 시내를 덜덜떨며 빠져 나와 해안도로로 가기 전 조금 여유있어진 도로 구석에서.
무탈한 여행이 되길 빈다..... 찰칵.
일주하는 동안 도로 옆과 마을 곳곳엔 깨를 말리고 터는 장면을 꽤 많이 목격했다. 할머니 말씀에 따르면 참깨를 수확한 다음, 그 자리에 마늘을 심는 이모작이 시작된다고 한다.
페퍼톤즈의 <해안도로>를 무한반복해 들으며 달린다.
달리다 오토바이를 세우고 쉬기도 하고 사진도 찍는다.
차도 별로 없는 해안길.. 시속 30km가 넘어가지 않는 속도로 달리는 주제에 마치 스피드레이서처럼 괴성을 질러댄다.
나름 여행 첫날의 들뜬 기분을 만끽하며 여유롭게 달리고 있던 중.. 뒤에서 스쿠터 한대가 바싹 붙길래 추월하라고 옆으로 비껴줬더니 추월은 안 하고 옆으로 붙는다. 살짝 곁눈질을 해보니 청년 둘이 타고 있다.
"이 해안도로가 언제 끝나요?" "글쎄요. 아직 좀더 남았을걸요?" "어디서 오셨어요?" "서울이요." "왜 혼자 다니세요?" "편하니까요." "심심하지 않으세요?" "좋은데요."
한참 달리다 등대가 보여 사진 찍으려 잠깐 내려 이야기를 나눈다. 둘은 형제고, 둘다 현재 캐나다에서 유학을 하고 있는데 방학이라 한국에 왔고, 집에서 빈둥대는 꼴을 못 보시는 부모님께 쫒겨 나와 부산->제주도->단양 순으로 여행중이며 동선은 '부모님 지인거주지'에 따라 결정했단다.
붙임성이 남 달라 보이는 청년들은 배나 사람이 지나갈때마다 큰 소리로 인사를 하고 열심히 말을 건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뭐 잡으러 가세요?? 큰 놈으로 많이 잡아 오세요~~!" 배 안에선 '뭥미?'하는 아저씨들 표정..;
"누나는 어디 가시는데요?" "전 협재로 가서 하루 묵으려고요.." "그럼 같이 다녀도 돼요?" "그,그러죠 뭐."
목에 건 MP3를 빌려 달라더니 지들 오토바이에 설치된 스피커에 연결한다. 루사이트토끼가 나오자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쩌나. 내 mp3엔 소녀시대나 이효리가 없는데.." 좀 민망해하며 그나마 좀 비트가 있는 페퍼톤즈로 옮겨줬다. 아까보단 좀 나아진 표정으로 2집 오프닝을 듣더니 (노래를 안 한다며)'겸손한 가수'라고 평가했다.
쟤들이 약장수일까 아닐까 여전히 헷갈리며 달리던 중 곽지해수욕장 도착. 쟤들이 사발을 풀고 있는 걸까 아닐까 생각하느라 사진도 많이 못 찍었다.
곽지를 돌아본 후 다시 오토바이에 올라 타려는데 지들끼리 속닥이던 아이들이 제안을 하나 한다. "누나. 우리 좀 달리면 안돼요?" "그래요, 달리세요." "그러지 말고 누나가 이 오토바이 뒤에 타고 제 동생이 그걸 탈게요." 이거 쟤들이 몰다 망가지면 독박 쓰는건 난데.. 하다가 차도 없고 해서 천천히 달린다는 다짐을 받고 키를 건네준다.
형 아이 뒤에 매달려 시속 80km로 달리며 오토바이 키를 넘겨준걸 후회해봤자 이미 쏟아진 물. 형 아이 귀에 대고 소리친다. "저기! 좀 천천히 몰아요!" "네~!" 속도는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_-
협재해수욕장 도착. 오토바이에서 내리는데 다리가 후들거린다. 마침 해가 지고 있었다.
내가 몰고 왔다면 어두워진 뒤에나 도착했을텐데.. 그래도 아이들 덕에 낙조를 볼수 있었다.
땡큐, 보이즈.
동생 아이가 해수욕장 입구에 있던 민박집 할머니를 꼬셔서 방 2개를 4만원에 예약했다. 애교가 남다른 동생아이는 벌써 할머니를 반쯤 녹여놨다.
짐을 풀고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형제와 난 전복과 새우가 5인분쯤 채워진 해물탕을 먹었다. 그 많은 해물들과 밥 3공기에 소주까지 1병 먹었는데 31000원 밖에 안 나왔다. 저녁은 내가 산다고 하자 그럼 술은 지들이 사겠단다. 돈 많은(?) 누님에게 붙어 하룻밤 잘 먹어 보자는게 아닐까 조금 의심했던걸 반성하며 식당을 나오자마자 녀석들이 날 바다에 빠뜨린다. 물은 차고 짰지만 언제 또 애들이랑 이러고 노나 싶어 열심히 빠지고 물장구를 쳤다.
아이들과 TV를 켜놓고 고스톱을 치며 새벽 2시까지 술을 먹었다.(애들 데리고 할수 있는 나쁜 짓은 다 한 셈-_-) 이후 3일간도 느꼈지만 제주에서 먹는 술은 끔찍히 달고도 깔끔했다. 제주를 방문해본 사람은 누구나 한번쯤 먹어봤을 한라산 소주는 최근 판매되고 있는 소주들 중에선 유일하게 20도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놀라울 정도로 뒷끝이 없었다. 평소 1병 반이면 정신은 말짱해도 속이 부대껴 먹을 수 없었는데... 역시 여행지에서 먹는 음식은 단순한 음식이 아닌거다. 알싸한 바다냄새와 덥지만 무겁지 않은 공기, 유쾌한 대화를 술과 함께 마시고 2시 넘어 잠이 들었다. 미닫이 문 너머에선 형 아이가 코고는 소리가 살짝 들리고 창문 밖에선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들린다.
1박을 동행해준 심 브라더스. 동생이 18살, 형이 20살.. orz
"누나 몇살이세요?" "솔직히 몇살로 보이니?" "절대 25살 이상으론 안 보여요." "어, 딱 맞췄어." ......(-_-)